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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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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작 배경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2001년에 제작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작으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미야자키 감독은 이 작품의 모티브를 자신의 10살 난 딸의 친구에게서 얻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어린 소녀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성장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고 일본의 전통적인 정신세계와 현대 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대비시키고자 했다. 

 

2.  작품의 의미와 상징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단순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을 넘어 현대 일본 사회에 대한 깊은 비판과 성찰을 담고 있다.  주인공 치히로의 성장과정은 현대인의 정체성 상실과 회복의 은유로 볼 수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유령탕(湯屋, 유야)은 일본의 전통 온천 문화를 재해석한 공간으로 인간과 요괴, 신들이 공존하는 상징적인 장소이다. 이곳은 현실 세계와 환상 세계의 경계를 넘나들며 치히로의 성장을 보여주는 무대가 된다. 특히 하쿠(河童)라는 캐릭터는 전통 일본 민속신화의 수호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물로 치히로의 성장을 돕는 중요한 조력자 역할을 한다. 

 

3. 사회비판과 환경메시지

미야자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현재 일본 사회의 소비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강하게 비판한다. 치히로의 부모가 과식으로 돼지가 변하는 장면은 당시 일본 사회의 과도한 소비욕구와 탐욕을 풍자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또한 작품은 환경파괴와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인간의 태도를 비판한다. 특히 오염된 강의 신(河の神)이 등장하는 장면은 환경오염에 대한 미야자키 감독의 메시지를 잘 보여준다. 

 

4. 성장과 정체성

치히로의 여정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어린이의 성장과정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 무력감을 느끼지만 점차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은 많은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미야자키 감독의 애니에는 독특한 설정이 있는데 그것은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아이가 거의 항상 여자 아이라는 것이다. 세간에는 미야자키 감독의 숨겨진 취향(?)이 그런 쪽이란 소문까지 있었으나 어느 인터뷰에서 미야자키 감독은 자신에 대한 의혹을 일축해버리는 해명을 하였다. 

기자가 미야자키 감독에게 "감독님의 애니는 인간의 성장을 다루고 있는데요. 항상 여자 아이가 주인공인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미야자키 감독은 "남자 아이는 갑자기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누가 봐도 약해 보이는 여자 아이는 실제로 약한 존재가 아니랍니다. 힘이 들면 주저앉아 펑펑 울고는 새로운 각오로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헤쳐나갈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게 여자 아이예요. 하지만 남자 아이는 그러지 못하죠. 이게 바로 제 작품에 여자 아이가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미야자키 감독의 말에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남자 아이는 성장하는 동안 '울면 안 된다'는 가부장적인 '사내 다움'에 대한 교육을 받지만 여자 아이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울음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느낄 수 있는 것이고 그로 인해 용기를 얻을 수 있으니까...

 

5. 문화적 의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일본 애니메이션의 예술성을 전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2003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은 이 작품의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사건이었다.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 중에서도 가장 깊이 있고 다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 개인적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의미있는 작품이다. 한동안 일본어 공부에 빠져 있을 때 번역본이 아닌 원어로 감동을 느꼈던 작품인데 그때의 감동은 아직도 여운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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